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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지금 한국 교회에 뭐라 하실까요

다이나마이트2 2011. 3. 18. 09:20

 

"예수님이 지금 한국 교회에 뭐라 하실까요"

100주년 맞은 서울신학대 유석성 총장의 '한국 개신교 쓴소리'
명예욕·권력욕·물욕 등을 신앙으로 포장해 정당화…
'타자를 위한 존재' 예수 보며 한국 교회는 부끄러워해야

조선일보 | 이태훈 기자 | 입력 2011.03.18 03:07 | 수정 2011.03.18 09:11

 
" 한국 교회는 권력과 부를 쥔 뒤 타락했던 중세 교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예수의 십자가 정신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종교개혁의 바람이 일어나야 합니다."

↑ [조선일보]서울신학대학교 유석성 총장은“성서에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병든 자와 옥에 갇힌 자를 보살피라는 기독인들에 대한 명령으로 가득하다. 지금 교회는 어떻게 하면 이런‘사랑’의 명령을 더 잘 받아들여 헌신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요즘 개신교계는 바람 잘 날 없다. 목회자들끼리 주먹을 휘둘렀다, 교계의 연합단체는 '돈선거'를 치렀다더라, 정치에 너무 개입한다 같은 얘기들 때문이다. 탄식하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간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소속으로, 지난 13일 개교 100주년을 맞은 서울신학대의 유석성(柳錫成·60) 총장이 이런 세태를 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 총장은 독일 튀빙겐대에서 공부했으며, 히틀러 암살을 시도했던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의 사상을 연구하는 한국 본회퍼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신학적으로 중도적 입장을 유지해온 서울신학대에서 드물게 나온 개혁적 신학자 총장이다.

―한국 교회는 왜 화합과 치유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을 받는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교회도 물질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종교 권력이 생기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도 생긴 것이다. 명예욕, 권력욕, 물욕을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해 정당화하려고 하니까 싸움이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선거도 돈으로 치르고, 교회 키워서 세습하려 한다. 예수님은 그런 권력자를 무척 강하게 질책하고 비판했다. 한국 교회에 특히 정통·비정통 따지는 사람이 많은데, 거기서 교회 분열의 모습이 나오는 거다. 회장 자리가 하나인데 맡고 싶은 사람이 둘이면 두 교파, 셋이면 세 교파로 갈리는 식으로 교회가 분열되어 왔다."

―한국 교회에 세속의 영향이 크게 미치고 있다는 뜻인데, 그밖에 교회 문화에 혼입된 외부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제대로 알 필요없이 믿기만 하면 된다는 '맹목적 반지성주의', 자기 희생과 사랑의 실천 없이 건강과 물질적 축복만을 바라는 '샤머니즘적 기복(祈福)주의' 같은 것들이다. 기독교의 축복은 지금 여기 이 세상 속에서 희생의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축복이다. 새벽기도는 한국 교회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현세의 요행을 바라는 도교적인 '새벽 치성'처럼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의 십자가 정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신앙 고백적 삶을 사는 것이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부름에 순종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것이다. 십자가는 고난을 의미한다.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삶, 이것이 곧 제자의 길이다. 기독교인의 삶을 성립시키는 두 가지 존재방식은 '기도'와 '정의를 행함'이다. 기도만 강조하면 중세 수도원이 돼 버리고, 정의만 강조하면 사회운동이 돼 버린다."

―교회는 어떻게 하면 '사랑'의 명령에 헌신할 수 있나.

"1970년대 이후 세계 신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독교적 사랑, 정의, 평화의 관계 논의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구약성경 이사야서에 '정의의 열매는 평화'라는 말이 있다. 예수의 복음을 한마디로 하면 사랑이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원수 사랑. 사랑은 사회 속에서 사회 정의로 실현되며, 정의가 행해짐으로써 평화가 이뤄진다. 기독교에서 사랑과 정의는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정의 없는 사랑은 감상주의로, 사랑 없는 정의는 부정의로 빠질 수밖에 없다. 예수의 삶은 '타자(他者)를 위한 존재'였다. 교회 역시 타자를 위한 교회일 때만 진정한 교회다. 한국교회는 오늘을 부끄러워하고 회개해야 한다. 예수님이 오늘 다시 오시면 뭐라 물으실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취임 뒤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왜인가.

"저는 학생들에게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강조한다. 기독교적으로는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익만 좇아 돌아가면 기업이지 교회가 아닌 것처럼 대학 교육 역시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야 한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정운찬 전 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윤영관 전 외교장관 등을 강사로 초청하고, 강의는 일반시민에게도 완전 개방했다."

―신학과 외에 여러 일반 전공이 있는데 총장으로서 교육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청년들이 관능적 쾌락주의, 출세 지향적 성공주의, 물질 만능의 가치관, 이런 것들에 지배당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1703~1791)는 '고독한 종교는 없다'는 말로 종교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했다. 기독인은 이웃과 더불어 연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물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학문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영성·덕성이 조화된 교육을 통해 전인적 교양을 갖춘 지도자로 키워내고 싶다."


☞ 서울신학대는

1911년 3월 13일 서울 무교동에서 문을 연 뒤 1974년 경기도 부천으로 이전해 올해 개교 100년을 맞았다. 20세기 최고의 부흥사 이성봉 목사 등 많은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배출했다. 9개 학과, 5개 대학원 전교생 4000명 규모로 성장했다.